EP3.
시민이 시작한 유산 보존 단체,
국제 조직으로 나아가기까지
여러분은 '국제적인 유산 보호 단체'라고 하면 어떤 조직이 떠오르시나요?아마 많은 분들이 유네스코를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산을 보호하는 최대 '시민' 단체는 무엇일까요?
네 번째 만남
National Trust
내셔널트러스트(NT)는 ‘For Everyone, For Ever’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시민이 주도적으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시민 공동의 소유로 이것을 보존하는 단체입니다.
NT의 시작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은 독점적 소유 및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훼손되고 말았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은 문화유산ㆍ자연환경을 개인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시민 공동의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공적 소유의 필요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뜻을 함께하던 세 명의 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 로버트 헌터, 하드윅 론슬리는 1895년 시민들의 기증과 기부로 재원을 마련해 문화유산ㆍ자연환경 보존 단체 NT를 출범시켰다.
옥타비아 힐
로버트 헌터
하드윅 론슬리
오늘날 NT는 약 500여 곳의 유산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설립한 공공단체보다 더 많이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NT가 보존하는 유산
330곳
집
41곳
성ㆍ예배당
47곳
산업적 기념공장ㆍ광산
56곳
마을
39곳
펍
37곳
중세식 헛간
11곳
등대
1,256km
25만433ha
해안선 및 땅*
*해안선은 약 400km 떨어진 서울과 부산을 세 번 왕복하는 길이이며,
땅은 여의도 863개 크기다.
NT는 활동 범위를 영국에 그치지 않고 세계로 넓혀 2007년 국제 내셔널트러스트 기구 INTO(International National Trusts Organisation)를 출범시켰습니다.
INTO의 알렉산더 라몬트 비숍 사무차장이 단체의 탄생 배경과 NT의 유산 획득 방식에 대해 얘기해 줬는데요.
INTO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INTO는 각국 내셔널트러스트 교류의 중심에 있습니다. 약 20~30개의 소규모 유산 보호 단체가 2년마다 컨퍼런스를 통해 모였습니다. 그렇게 2007년에 INTO가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NT는 그렇게 많은 유산을 획득할 수 있었나요?
대부분의 유산은 기부를 통해 취득합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영원히 유산을 보존합니다’, ‘당신이 이곳이 파괴되지 않고 영원히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NT에 기증해 이 땅이 영구히 보존되도록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또한, 유산이 사라질 거라고 판단되면 매입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모금 캠페인을 통해 얻은 후원비로 유산을 매입하죠. 그래서 NT는 소유주와 갈등을 맺을 때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에 힘 입어 유산을 보존합니다.
NT가 기증받고 매입한 첫 유산
디나스 올레우(Dinas Oleu) 언덕
NT가 기증받은 첫 자산은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디나스 올레우 언덕이다. 이것은 부유한 자선가이자 NT의 창립자 옥타비아 힐의 친구였던 패니 탤벗이 1895년에 기증한 것이다. 약 4.5에이커에 달하는 디나스 올레우는 영원히 보존 받는다는 이념 하에 기증된 최초의 땅이다.
“나는 디나스 올레우를 자연의 순리를 방해하지 않는 집단에 맡기고 싶었어요… NT는 적기에 나타났습니다.” - 기증자 패니 탤벗 씨
*출처: NT 홈페이지, ‘디나스 올레우에서의 시작’
알프리스톤 마을
목사관의 집
NT는 1896년 10파운드에 목사관의 집을 매입했고 보존을 위해 수리 비용으로만 당시 단체 1년 예산과 맞먹는 약 350파운드를 지불했다.
집 내부는 1600년대 초 그 집에 거주했던 휴 워커 목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NT 이름으로 최초 영구 보존되기 시작한 이 집은 전 세계 내셔널트러스트 옹호자들의 순례지로 여겨지고 있다.
NT의 유산 대부분이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NT의 유산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자원봉사자만 약 6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또한, 약 570만 명(영국 국민의 약 8.4%)의 시민 회원들도 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6개년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회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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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NT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해요.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만큼 유산 보존에 관심이 많답니다. 방문객을 맞이하고, 안내하고, 정원을 가꾸고, 청소하고, 카페에서 일하면서 그들은 유산과 함께하는 거의 모든 일을 경험하게 되죠.
미니 인터뷰 - <시민 단체 NT의 의의>
NT는 본질적으로 회원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시민 단체입니다. 회원과 방문자에게 회비와 수수료를 받기는 하지만, 무려 5백만 명 이상의 회원이 함께하는 단체죠. 국제적인 맥락에서 볼 때, NT와 같이 시민들의 관심에 의해 주도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은 사실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시민들이 보존하고 방문하며 즐기는 것이니까요.
헬레 요르겐센 교수
(버밍엄대 역사학과)
유산에는 과거와 우리의 기억이 동시에 담겨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 온 언어, 생활 방식, 살아가는 도시 삶의 모든 것이 유산을 기반으로 합니다.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 갈 유산 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유산, 시민의 발걸음 ep3. 국제 조직으로 나아가다>에서는 INTO 알렉산더 비숍 사무차장을 만났습니다. 그가 속한 시민 단체 INTO의 발걸음이 궁금하다면 영상을 확인하세요!